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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가 하늘의 깊이를 만든다 - 장인수
작성일자 2020-02-24
조회수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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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하늘의 깊이를 만든다

 

장인수

 

도시에서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몰랐다

 

하늘이 새의 울음 속에 얼룩져 있다는 것을

하늘이 새의 생애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서로의 생을 관통하면서

새의 울음이 하늘의 깊이를 만든다는 것을

 

농촌에 와서 알았다

나이 들어서 알았다

 

들판에는 새의 울음이 함께 산다는 것을

힘찬새, 명랑새가 아버지와 함께 산다는 것을

 

진천 초평의 들판 위로 노을이 번지면

새떼는 하늘 높이 빛과 어둠을 환승한다

 

새들의 날개가 하늘의 주름을 펴고

주름을 편 하늘이 새들의 날개를 파닥이게 한다

 

늙은 새 한 마리 하늘로 오르더니

이내 종적을 감춘다

 

 생명과 의지의 주체로서 이미지가 형상화되었다. 하늘을 경작하며 자신을 일구는 생. 이렇듯 새는 날면서 모험을 펼친다. 이때 역경과 시련은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늘이 새의 생애에 흩어져 있다새의 울음이 하늘의 깊이를 만든다는 인식에는 깨달음이 있다. 농촌에 와서 알았다/ 나이 들어서 알았다는 진술에서 공간과 시간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통찰이 와 닿는다. 세상살이의 질곡을 긍정적으로 껴안는 “힘찬새 명랑새”는 바로 아버지"이다. 늙은 아버지의 몸 속에는 무수한 새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새가 하늘에 제 생의 흔적을 남기듯이 아버지는 대지를 경작하며 들판에 자신의 이력을 남긴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