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집

배옥주

언니가 죽은 지 열 달 만에

형부는 새장가를 갔다

일 년 만에 만난 그는

물방울 넥타이를 다질링 홍차로 누르고 있다

일곱 살 때 형부로 만난 남자가

눈물 몇 방울로 추억을 버무리는 사이

“오후의 홍차” 창가로 흘러내리는 오후

개업행사 치킨집 앞 피에로는

긴 막대기로 비눗방울을 날리고 있다

닿기만 하면 터지는 물의 집 

저건 어쩌면 비누의 상처가 살고 있는

투명한 집인지도 모르겠다

외면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남천 열매처럼

창가에 매달려 흔들리는 동안

탁자 밑 젖은 발이 아려온다

두 해 겨울을 건너뛴 부츠가

잊었던 기억을 물집으로 달아준 것일까

분노를 삭인 걸음을 숨기며

허공을 내려올 때

기어코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뒤축에서 아린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 언니의 죽음과 형부의 재혼을 소재로 내용이 사실적이고 진솔하다. 오브제인 물의 이미지가 형부의 물방울 넥타이에서 비롯되어 비눗방울 → 물의 집 → 비누의 상처 → 투명한 집 → 물집→ 아린 울음으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일련의 물에서 묘사와 진술로 담담하게 진행하고 있고, 유동적인 인간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들떠있는 물방울 넥타이를 다질링 홍차로 누”른다는 표현에서는 감정을 절제한 흔적이 보인다. 빨갛게 주렁주렁 열리는 남천 열매의 이미지가 마치 붉은 울음을 매단 듯 선명하다. “뒤축에서 아린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로 이 시는 끝나지만 독자에게 물집이 잡힌 기억들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