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도미노

하재연

네게서 조금 엎질러진 부분이

내게 스며들었다

너의 액화된 사랑, 미움, 기쁨

나는 얼룩 없는 조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나는 쓰러지며

네게 묻은 색깔을 너에게 묻힌다

너는 잃어버린 슬픔이었어서

그것의 무게를 가볍다 느낀다

그리고 너는 쓰러진다

우리는 무늬를 이루게 된다

얼룩의 얼룩의 얼룩의 얼룩의

고리이며

세계가 한번도 들려주지 않았던

소리로 끝이 난다

발신음을 전송하다

하나의 조각과

하나의 조각이 부딪치고

너와

모르는 너와

알지 못할 너와

네가 아닌 너와

너들로부터 떨어져 나온 너에게

그곳이 흰

세계인 줄도 모르고

▶ 그것은 도미노이기에 네가 쓰러지면 나 또한 쓰러진다. 쓰러지며 내게 묻혔던 색깔이 내가 쓰러지며 다시 너에게 묻는다. 서로에서 묻고 묻히는 색깔. 누가 누구에게 묻히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시작과 끝을 모르게 이어진 도미노이기에. 경계는 없다. “그곳이 흰 세계인 줄도 모르고” 세워졌던 “검은 도미노”. 서로 얽혀 누가 ‘나’인지 ‘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서로 얼룩으로 “무늬를 이루게 된다”. “얼룩의 얼룩의 얼룩의 얼룩의 고리”가 되어 뒤섞여 서로의 경계를 확인할 수 없다. “하나의 조각과 하나의 조각이 부딪”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살아간다는 것도 사람들에게 영향받은 결과가 아닌가. 지금의 나는 내가 만났던 무수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내가 나인 것인 바로 ‘너’ 때문이다.

- 권경아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