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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현숙 시집『멀어도 걷는 사람』
작성일자 2024-02-16
조회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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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시집 『멀어도 걷는 사람』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연구서『발화의 힘』 『마음치유와 시가 있다.






산문에 들어서자 그늘이 짙다. 어디선가 홀딱새가 홀딱, 홀딱 나를 홀린다. 무작정 새소리 따라 접어든 이 길, 벌써 내가 목표했던 길에선 한 참 멀어졌다. 나무들푸른 잎사귀가 햇볕을 흠뻑 빨아 피돌기가 왕성하다.  바람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넘나들며 춤을 춘다. 저것을 무어라 이름지어 불러줄까. 혼자 걷는 산길, 문득 잃어버린 길 앞에서 숲은 혼돈이다. 두려움이다. 멀리서 훤히 보이던 길이 눈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릴 때 아무리 입술의 근육들을 움직여서 불러도 불러지지 않는 이름처럼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 길. 어디로 갈까. 왼쪽으로 돌면 오른쪽 길처럼 보이고, 다시 사선으로 능선을 끼고 올라가면 어느새 도로제자리. 죽어라 도망쳐도 단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어릴적 꿈속처럼 누가 나를 꽉 움켜쥐고 제자리걸음을 걷게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지금을 빠져 나갈까?
ㅡ 손현숙( 표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