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식 시인의 이번 시집 『미혹』은 첫 시집 『바람에게 신을 신겨주고 싶다』(2017) 이후 네 번째 시집이 된다. 그동안 우인식 시인은 요즘 시단에서 보기 드물게 뛰어 난 묘사력과 신선한 이미지로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 했다. 우인식 시인이 만나고 듣고 보는 자연 일체는 단순한 소재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우주 속에서 물아일체로 이루어지는 숨결을 온 정신으로 체험한 생명성이 넘치는 작품이라고 평가받았다.

이번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우인식 시인은 “잣눈 위에 사랑하는 이름 몇 자 적어”놓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시집의 맨 끝에 시인의 속내를 드러낸 <내 삶과 시는>을 읽어보면 왜 이 시집의 제목이 『미혹』인지 짐작할 수 있다. 미혹을 국어사전에서는 ① 마음이 흐려서 홀림 ② 정신이 헷갈려서 갈팡질팡 헤맴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품 「미혹」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 허형만 시인(목포대 명예교수)

파란 하늘 미혹에

오랜만에 절에나 가볼까

볕이 너무 곱고 따스해

절은 아니 가고

햇살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자그마한 바위에 앉아

가을을 구워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