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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4.05.10]오세영 시인-"빛나는 아침, 시의 숲길을 걷는다(문학과 경계사)'
작성일자 2017-12-27
조회수 256
"빛나는 아침, 시의 숲길을 걷는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시를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 자나깨나 시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시인 자신들일 것이다.

최근 출간된 오세영(62. 서울대 교수) 시인의 「생이 빛나는 아침」(문학과 경계사 刊)과 박영근(46) 시인의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실천문학사 刊)는 두 시인이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고 느낀 것을 적은 감상문이자 해설서이다.

'아름다운 우리시 99편'이라는 부제를 붙인 「생이 빛나는 아침」은 김소월의 '먼후일'부터 염창권의 '고인돌'까지 우리 근현대 시인 99명의 시를 한 편씩 뽑아 각 편마다 저자의 감상문을 적어놓았다.

저자가 소개한 시들은 99명 시인들의 대표작이라기보다 일반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들이 많다. 17행을 넘지 않은 짧은 시가 많고, 건강하고 메시지 전달이 쉬운 시들을 고르는 등 '시의 대중화'를 고려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로 시작되는 김소월의 '먼후일'에 대해 저자는 "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오죽이나 간절했으면 미래 상황을 가정해서 '잊었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 했을까"라고 알기 쉽게 소개한다.

저자는 남자가 동물적 욕망에서 벗어나 존재의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남자들은/딸을 낳아 아버지가 될 때/비로소 자신 속에서 으르렁거리던 짐승과/결별한다"고 표현한 문정희의 시 '남자를 위하여'를 소개하기도 한다.

박영근 시인의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는 백석, 이용악, 김수영, 김지하, 김영승, 허수경, 정철훈 등 44명의 시인이 쓴 46편에 대한 감상을 적었다.

이 책은 시에 대한 해석과 감상을 적었지만 일반적인 비평서나 단순한 해설서는 아니다. 저자가 '책머리에'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 시 한 편의 꼭지가 떨어지곤 했다"고 밝혔듯, 다른 시인의 작품을 붙들고 오랜 사색을 거쳐 시의 행간에 의미를 채워넣은 노작이다.

저자는 우리 현대시사에서 분수령을 이룬 작품들을 골라 꼼꼼하게 읽었는데, 그의 시읽기는 기존의 해석에 기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명 작품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예찬을 거부한다.

지난해 백석문학상을 받은 바 있는 저자는 백석의 대표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대해 "춥고 폐쇄된 공간에서 치러내는 작가의 자기 성찰은 대개의 시들과 비교해볼 때 그렇게 치열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시들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과장된 제스처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현실과 내면에 대한 시적 탐구보다는 다른 것에 기대려 드는 허약한 감상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비판한다.

장석남의 '배를 밀며'에 대해 저자는 "시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드문' 사적 경험"이라며 그의 시세계에서 나타나는 '생활과 사회적 경험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시가 삶을 떠나 시 자체만을 위해서도 씌어질 수 있다는 오래된 명제를 나는 떠올린다"며 장석남의 시에 대한 또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