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 인산문학상 수상작 발표 ▣

죽염발명가이자 한방암의학 차시자인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선생의 뜻을 기려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와 지리산문학관이 공동으로 제정한 제1회 인산문학상 수상자로 이영춘 시인이 결정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국내 유명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되었는데, 최종적으로 이영춘 시인의 시 「시간의 저쪽 뒷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인산문학상은 우리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작품 1편을 선정하는 것인데 수상자에게는 상금 5백만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금번 심사는 김광규 시인과 조창환 시인이 맡아주었으며, 시상일시와 장소는 아래와 같다.

==아래==

￭ 일 시 : 2010년 12월 10일(토) 오후 4시

￭ 시 상 : 서울 강북구청 청사 4층 행복대강당 (우리시회 송년 시 축제 행사장)

￭ 수상작 : 이영춘 시인의 「시간의 저쪽 뒷문」 (계간 《시와사람》 2011년 봄호)

￭ 상 금 : 5백만 원 및 상패

￭ 대 상 : 2010년 12월~2011년 11월호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에서 선정

￭ 심 사 : 김광규, 조창환 시인

￭ 문 의 : urisi21@naver.com, 010-5211-1195

주최 : 사단법인 우리시진흥회 / 사단법인 지리산문학관

주관 : 월간 《우리詩》 / 인산문학상운영위원회

▣ 수상작품

시간의 저쪽 뒷문

 이영춘

어머니 요양원에 맡기고 돌아오던 날

천 길 돌덩이가 가슴을 누른다

“내가 왜 자식이 없냐! 집이 없냐!” 절규 같은 그 목소리

돌아서는 발길에 칭칭 감겨 돌덩이가 되는데

한때 푸르르던 날 실타래처럼 풀려

아득한 시간 저쪽 어머니 시간 속으로

내 살처럼 키운 아이들이 나를 밀어 넣는다면

아, 아득한 절망 그 절벽……

나는 꺽꺽 목 꺾인 짐승으로 운다

아, 어찌해야 하나

은빛 바람결들이 은빛 물고기들을 싣고 와

한 트럭 부려놓고 가는 저 언덕배기 집

생의 유폐된 시간의 목숨들을

어머니의 시간 저쪽 뒷문이 자꾸

관절 꺾인 무릎으로 나를 끌어당기는데

- 계간 《시와사람》 2011년 봄호

▣ 제1회 인산문학상-심사평

간절한 인간애로 표현된 우리 시대의 휴머니즘

최종심에 올라온 시인들은 모두 상당한 시적 연륜을 쌓은 분들이고 대상 작품들의 문학적 성취도 또한 만만치 않은 것들이어서 수상작 한 편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상의 취지가 순수한 작품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적 형상화의 완성도와 시 안에 담긴 메시지의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였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복효근과 이영춘의 시들이었다. 복효근의 시는 따뜻하고 순정한 내면의 서정성을 맑고 청결한 언어로 조립해내는 솜씨가 돋보였고, 이영춘의 시는 삶의 핍진한 장면들을 간절하고 간곡하게 풀어내는 진정성이 감동적이었다. 심사를 맡은 두 사람은 제 1회 인산문학상의 권위와 중량에 어울리는 시인과 작품을 추려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그런 의미에서 이영춘 시인의 시 「시간의 저쪽 뒷문」을 수상작으로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 「시간의 저쪽 뒷문」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고 돌아오는 자식의 심정을 가식 없이 풀어낸 감동적인 시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겨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의 모습이면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 자식의 번민과 아픔, 목 메임과 부끄러움의 감정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는 시다. 이 비극적 상황은 “아, 아득한 절망 그 절벽…//나는 꺽꺽 목 꺾인 짐승으로 운다”라는 고백에 의해 극적으로 고양되면서 “은빛 바람결들이 은빛 물고기들을 싣고 와/한 트럭 부려놓고 가는 저 언덕배기 집”에 갇힌 “생의 유폐”와 “시간의 목숨들”이라는 시구에 의해 개인의 비극을 인간 전체의 보편적 비극으로 확장시킨다. 이 시의 결구 “어머니의 시간 저쪽 뒷문이 자꾸/관절 꺾인 무릎으로 나를 끌어당기는데”라는 부분에 이르면 이 시에서 보여지는 상황이 실은 어머니의 비극이 아니라 시인 자신의 비극임을 보여준다. 이 시를 읽은 후에 남는 가슴 저린 인간적 갈등과 고뇌는 어느 개인의 몫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다. 이 시인의 또 다른 시 「해, 저 붉은 얼굴」도 같은 계열의 시이면서 깊은 인간적 감동의 울림을 지닌 시다.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이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의 감정 속에 “쇠못이 되어” 박혀 있다. 이 시 역시 단순한 가족사에 얽힌 추억담이 아니다. 그것은 간절한 인간애로 표현된 우리 시대의 휴머니즘이다.

이영춘 시인의 시는 주체와 대상 사이에 일정한 객관적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어서 센티멘털리즘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의 시적 형상화는 개인의 고통스러운 체험을 우리 시대의 전체적 삶의 비극성으로 확대시킨다. 감정에 몰입되지 않고 전경화(前景化)하는 태도가 이 시인의 시가 지닌 탁월한 점이다. 우리는 이영춘 시인의 시에서 진정성을 지닌 시가 어떻게 인간적 감동을 심화하는가를 확인한다.

심사위원 : 김광규, 조창환

약력

• 강원 평창 봉평 출생.

• 원주여고. 경희대학교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 졸업.

• 1976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으로 등단.

• 시집으로「종점에서」「시시포스의 돌」「귀 하나만 열어 놓고」「네 살던 날의 흔적」「난 자꾸

눈물이 난다」「그대에게로 가는 편지」「점 하나로 남기고 싶다」「슬픈 도시락」「꽃 속에는 신

의 속눈썹이 보인다」「시간의 옆구리」등이 있음.

• 시 선집으로 「들풀」등과 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 외 다수.

• 1987년 윤동주문학상, 1987년 강원도문화상, 1994년 경희문학상, 1999년 춘천시문화상, 2005

년 대한민국향토문학상, 2009년 시인들이뽑은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