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시를 오래 쓰게 될지 알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욕망만을 앞세우는 사람은 오래 가지 못한다.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언제든 시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워서라거나 글을 써야만 하는 그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시를 오래 붙들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 ‘즐거움’이, 그 어떤 ‘특별함’이 끈질기게 글을 쓰게 만들 테니까. 김지현은 후자에 속한다. 그는 오랫동안 시를 공부하면서 단 한 번도 등단을 하고 싶다는 식의 말을 꺼낸 적이 없다. 그저 묵묵히 써왔을 뿐이다.
김지현의 시집은 언뜻 보아 일상의 조각들을 모아놓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거기엔 선홍빛 서사 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바와 같이 아픔과 상처가 배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의 연시들은 눈물과 그리움의 이중주라 할 수 있다. 다 듣고 나면 가슴 한편이 아려오고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의 연시들을 읽고 눈물로 정화된 느낌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그가 그려놓은 일상의 조각들을 보고 옛 추억 하나라도 떠올리기를 바란다. 늦깎이 시인이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다. 박수를 보낸다.     - 오봉옥(시인, 서울디지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