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시집 『한사코 아득한』 
책소개둘러보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 자신의 지식을 내세워 개인의 고단한 삶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개인들의 삶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뿐이랴 세상엔 온통 거짓 선지자들로 넘쳐나고 거짓 예언들로 넘쳐난다. 섣부른 답은 대개 미봉책일 뿐 근원적 처방이 될 수 없다. 섣부른 예언은 오히려 미혹에 들게 하고 섣부른 답은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사회는 섣부른 답과 예언들로 가득하고, 개인과 사회의 병증을 더욱 중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런 때 문학만이라도 섣부른 정답이 아닌 웅숭깊은 질문을 하는 그런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작품들을 만나는 일이 어쩐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박영희 시집이 무척 반갑다. 삶에 대한 섣부른 예단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반갑고 나와 타자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박영희 전 춘천문인협회장이 17년만에 네 번째 시집 ‘한사코 아득한’을 펴냈다.춘천에서 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시인은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성찰하며 ‘끝끝내 길어 올리지 못한’ 정체성을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시인에게 ‘산다는 것’은 “허락받은 그날까지” 견디는 일이고 “그중에 더욱 힘든 것은/스스로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다.시 ‘춘천 별곡’에서는 “유별난 춘천의 쓰레기 배출 방식처럼/태울 것 묻을 것 따로 묶어 내놓으며/춘천의 일상을 살아내야지/또”라고 표현한다.
시인은 ‘오늘도’ 행간에 숨기지 못하는 속내를 들추고,멀어지는 그리움을 다독인다.10편의 연작시로 구성된 ‘한사코 아득한’에서는 “끝내 숨겨지지 않는/민낯의/애잔함으로 파고드는 그리움도 있어”라며 그리움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파고든다.
시간의 마디마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아흔 다섯의 치매걸린 어머니,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움을 용서하는 시인의 마음가짐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저자 : 박영희
박영희 시인. 인천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수학. 1987년 『예술계』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2003년 “제22회 강원문학상” 수상. 춘천문인협회장 및 춘천예총부회장 역임. 현재 강원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동국문학인회, 한국여성문학인회, 강원서예협회 회원. 시집으로 『우리 살아 있음에』(1989), 『누군가 떠나고 있다』(1995), 『그를 훔치다』(2003)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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