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국 고교생 보성백일장 장원작

백지 위에 앉은 안개

국화꽃을 두 손에 꽉 쥔 채

우산을 쓰고 달려나가고 있는 글자들

나는 안개 속에 숨어 있다

장마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감정

풀잎에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은

누구보다 간절한 손끝을 가지고 있다

빗방울은 글자 위에

나는 빗방울 위에 올라 앉아

옅어져 가는 잉크를 바라본다

햇빛을 머금은 밝은 분위기

핑크빛 하늘로 물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나의 눈동자는 커튼을 치고

모든 백지 위에 먹구름을 잔뜩 그린다

완성되지 못한 시들은

나의 손 끝에 닳아 찢겨지고

한없이 움츠러드는 어깨의 높이는

안개 뒤에서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숨을 곳을 찾기에 바쁘다

그림자마저 지워주는 소나기 아래

나는 글자 사이사이에

물이 고이는 걸 바라본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는 시간

잠시 숨을 돌리는 나의 굳은살은

희미해져 가는 연필심을 바라보며

여우비 같은 웃음을 짓는 나의 얼굴

아무도 우산을 씌워주지 않는다

- 홍채은 / 무학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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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 초록, 안개 중 택1


심사위원
본심위원 : 최동호(한국시인협회장), 김수복(한국시인협회부회장), 손광은(전남대명예교수)
예심위원 : 이현승, 이채민, 강경호, 이창수, 염창권, 이대흠
온라인예심 : 오늘, 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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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전국 고교생 보성백일장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