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림 시인의 시 세계는 자연에 대한 경건함과 생명력, 그 생명력을 끊임없이 추구, 확장하는 데 있다. 시적 인식이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로 대상을 표출해낸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가 형상화한 대상은 시인의 의식 깊이 내재한 세계를 잠깐 보였다가 숨어버린다. 이때 기억은 대상을 끌어오는 동력일 뿐 미분화된 공간과 시간은 시인의 의식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변주된다.
‘때로 꿈은 무한한 과거, 날짜들을 집어치워 버린 과거 속으로 너무나 깊이 내려가서, 우리가 태어난 집의 뚜렷한 추억들이 우리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이런 꿈들은 우리들의 몽상을 놀라게 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았던 곳에 정녕 살았는지를 의심하기까지에 이른다. 우리의 과거는 어느 다른 곳에 있고, 어떤 비현실성이 장소들과 시간에 스며든다. 우리는 마치 존재의 연옥, 즉 추억을 넘어서는 세계 밖의 세계, 이미지들의 저편을 가리키고 있다’는 바슐라르의 섬세함에서 조성림 시인의 시적 인식의 정서를 만날 수 있다. 시인의 의식이 매우 또렷해서 하나 허투루 않은 인식의 명료함과 다음 순간 막무가내로 엎어지고 무너지고 기대고자 하는 유년의 모습 또한 만날 수 있다. 실제와 몽상의 이항대립이 현재와 저 너머의 세계를 넘나들며 시인이 추구하는 세계로 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