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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희 시집, 『양파 유령』(달아실, 2026.08.26.)
작성일자 2026-09-08
조회수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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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 시집, 『양파 유령』(달아실, 2026.08.26.)

 

벗겨도 벗겨도 사라지지 않는 것에 관하여



조희 시인의 첫 시집 『양파 유령이 나왔다. 이번 시집은 사할린 강제동원 한인들의 잊힌 역사와 상실을 하나의 시적 언어로 엮어내고 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어제를 추모하는 병을 앓고 있다. 이 길 끝에 빛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참꽃과 헛꽃 사이를 오간다”고 썼다. 이 한 문장이야말로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라고 할 수 있겠다. 4부 55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개인적 상실의 기록에서 출발해 사할린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로 확장되고, 다시 생활 속 알레고리를 거쳐 유년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취한다.



시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사할린 한인들의 삶과 역사를 다룬 2부이다. 「사할린」, 「사할린 아리랑」, 「눈은 겨울을 믿지 않는다」 등에서 시인은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다가 해방 후에도 귀환하지 못한 채 국제 미아로 남았던 한인들의 삶을 소환한다. 시인은 실제 사할린 동포 시인 이채인, 장윤기, 김 마르타의 문장을 인용하고 각주로 출처를 밝히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는데, 문학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교수)는 해설에서 이를 두고 “개인의 애도라는 사적 언어가 역사적 애도라는 공적 언어에 빚지고 있음을 스스로 표시하는 윤리적 제스처”라고 평했다.

 

시집 제목이자 표제작 격인 「양파 또는 은유」에서 시인은 “양파는 벗기고 벗겨도/ 여전히 양파다. 우리는 우리를 벗겨도/ 끝내 우리를 모르고”라고 노래한다. 시인 박제영은 발문에서 이번 시집을 “벗겨져도 끝내 실체에 닿지 못하는 것과 몸이 없어도 집요하게 남아 있는 것 사이에서 쓰여진” 시집이라고 소개했다.

 

1부는 이별과 사고 이후의 몸의 감각을 통해 상실을 다루고, 3부는 병원과 편의점 같은 일상의 공간에 탈북과 이산의 기억을 겹쳐 놓는다. 4부는 부여 금강을 배경으로 한 유년의 기억으로 회귀하며 시집을 닫는다. 문학평론가 이숭원(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강물이 내 몸에 은린(銀鱗)을 유전으로 남겼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모래처럼 부서져 모래의 밥을 먹지만” 끝내 “강인한 시인”이라고 평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의 인세 일부를 독립운동가인 고려인 후손 지원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시집이 다루는 역사적 상처를 문학적 언어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잇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것을 잃는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를 끝내 사람으로 남게 하는가. 조희 시인의 시는 그 질문 앞에서 조용히 양파 한 알을 건넨다. 겹겹의 껍질을 벗기다 보면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지만, 가장 깊은 곳에 다다르면 히히힝 울음을 우는 흰 당나귀 같은 어떤 존재를 만나게 된다.

 

조희 시인

2022년 『내일을여는작가』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산실 지원금을 수혜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