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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한옥 시집, 『이 모자 아직 있고 이 치마 이제 없다』(달아실, 2026.08.15.)
작성일자 2026-09-01
조회수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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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옥 시집, 『이 모자 아직 있고 이 치마 이제 없다』(달아실, 2026.08.15.)

 

 

직설의 화살이 가닿는 자리

- 손한옥 시집 『이 모자 아직 있고 이 치마 이제 없다』

손한옥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이 모자 아직 있고 이 치마 이제 없다』(달아실 刊)를 펴냈다.

 

시집을 펼치면 가장 먼저 확 하고 부딪히는 것은 언어의 속도다. 에두르지 않고 곧장 사물의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화법, 박제영 시인이 발문에서 “화살과 같아서 결코 에두르지 않는다”라고 짚은 그 직설(直說)의 문체가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그러나 이 직설은 단순한 즉물성이나 거친 토로(吐露)가 아니다. 삶의 구체적 사건들-응급실, 대장 내시경, 방사선 치료로 빠진 머리카락, 오십 바늘로 봉합된 귀-을 통과한 뒤에야 도달하는, 단련된 직설이다.

 

손한옥 시인이 먼 길을 걸어오는 동안 동행한 시는 힘이 세다. 시인이 응급실에 있으면 초록 싹을 틔워 희망을 살려내고, 유통기한을 엄수하는 세상에 주눅들지 않도록 내일을 지켜준다. 야채를 데치기 전 구사일생으로 구한 달팽이를 풀숲에 방생하고, 비바람 속에서도 다육이의 열정을 키운다. 한 지붕에서 두 장사를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칭찬하듯 끌어안고, 40년 만에 청무우 같은 형제들을 부둣가에 불러 모아 밤바다와 함께 깔깔거린다. 시인이 밭에 가서 쪽파를 심을 수 있도록 코로나를 멀리 보내고, 시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맹세하듯 바위에 새긴다. 캄캄한 곳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시, 산란한 마음에서도 환하게 웃는 시, 서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시, 빛 속에서도 빛 밖에서도 시인을 찾아온다. 시인은 그 시를 당산나무의 이파리처럼 너울너울 반갑게 맞으며 “오 아름다운 세상 내가 가는 길”(「마이웨이」)이라고 즐겁게 노래한다. “냉해에 시든 고구마 순들이 살아남아 붉은 알”(「웃고 싶은데」)이 열릴 날을 의심하지 않는다. 시인과 동행하는 시는 뿌리를 세우고 본색을 발산한다. 시인의 길도 환희 같은 초록색이다.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손한옥 시인에게 시 쓰기란 다육식물, 또 그것을 키우는 일과 닮은 데가 많다. 제 몸에 수분을 저장했다 나눠 주는 ‘다육이’들처럼 사막 같은 세상에 맑은 물 몇 방울 보태는 일은 시가 지닌, 쓸모를 넘어선 쓸모다. 물의 이미지가 이 시집에 넘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지만, 자주 눈물을 말한대서 이 시인이 어느 시 속 화자가 고백하듯 “나는 마음 여린 시인”이기만 하리라 넘겨짚는다면 오산일 공산이 크다. 그의 시는 “어질고 다육한” 것과는 거리가 먼 세상을 대하는 엄정한 눈길, “반듯한 위계의 질서가 있고/자자손손 이어진 안정과/범절로 이뤄진 따뜻한 손이 있는 곳”을 향한 그리움, “녹슨 총 낡은 것들 속에서/한결로 반복되는 일상 속 지성”을 위한 발돋움으로 단단히 받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경목(문학평론가)

 

손한옥 시인


2002년 『미네르바』로 시, 2016년 『한국미소문학』으로 동시 등단했다. 시집으로 『목화꽃 위에 지던 꽃』, 『직설적, 아주 직설적인』, 『13월 바람』, 『그렇다고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 『얼음강을 건너온 미나리체』, 『사랑이 깊어 내가 아프다』(2025년 한국미소문학 문학상 대상 수상), 동시집으로 『햇빛 밥』이 있다.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