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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은희 시집 『손톱이 자라는 속도』
작성일자 2026-01-07
조회수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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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희 시집 『손톱이 자라는 속도』













허은희 시인





2003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열 한 번째 밤』, 『손톱이 자라는 속도』가 있다.





 

이 시집은 결여를 주제로 삼는다기보다 결여가 어떻게 신체의 습관이 되고

언어의 구조가 되며 관계의 조건으로 작동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결여는 부족함의 감정이 아니라 기능하는 상태다.

「동행」에서 ‘ㅂ’과 ‘ㅇ’이 빠진 자리들은 의미를 지워버리는 공백이 아니라

발음과 호흡을 어긋나게 만드는 장치로 놓인다.

빠진 것은 설명되지 않고, 대신 말하는 방식 전체를 흔든다.

허은희의 시에서 결여는 보충의 대상이 아니라 언어를 생성하게 만드는 압력이다.

 

형식적으로도 끊임없이 절단과 과잉을 오간다.

어떤 시는 행을 짧게 끊어 파편을 던지고, 어떤 시는 산문처럼 밀어붙이며 숨이 찰 때까지 이어진다.

이 차이는 변주라기보다 동일한 상태의 다른 표정이다.

말이 끊길 때는 침묵이 아니라 곰팡이 핀 글자들이 입속에 들어차고, 말이 이어질 때는 해명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목을 조정하는 동작이 된다.

이 시집에서 말하기는 언제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몸의 반사 작용에 가깝다.

 

말들은 완결을 지향하지 않는다.

“찢긴 한 장의 모서리로 서사를 이으려”는 시도처럼 말들은 늘 불완전한 상태로

서로를 긁고 스치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허은희의 시는 결여가 언어를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기록이다.

말은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대신 상처가 생겨나는 속도를 정확히 따라간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는 그 속도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시집이다.

 

 

 

추천사



허은희의 말들은 결여된 존재의 말들이다.

이는 완전한 말들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시집의 윤리가 있다.

완전한 말은 도달의 언어이자 닫힌 말들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질문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결여된 말들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시작의 말들이다.

그래서 허은희의 말들은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흩어진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굴러다”(「함정」)니며 서로 충돌한다.

그렇게 말들은 우리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상처 입고 서로를 상처 입히며 무너지고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 김대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