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꿈꾸던 모더니스트

시인 김규동 지병으로 별세

폐렴으로 투병해오던 김규동(사진) 시인이 28일 오후 2시 50분 서울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1925년 함북 종성 출신의 고인은 스승인 시인 김기림을 찾아 1948년 단신 월남한 후 한국 시단의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하여 한국 사회의 전후 문화에 새 지평을 여는 한편 80년대 어두웠던 시대에 저항과 고뇌의 목소리를 냈다. 2천년대 들어서는 민족애와 분단, 통일에 관한 시작에 전념하여 은관문화훈장(1996)을 서훈하고 만해문학상(2006), 대학민국예술원상(2011)을 수상했다.

<느릅나무에게> 외 시집 6권과 <김규동시전집>을 남긴 김규동 시인은 1948년《예술조선》에 시《강》이 게재되어 등단한 후 1951년 박인환, 김경린 등과 함께《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며 모더니즘에 바탕을 둔 주지적이며 초현실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을 통해, 서정주의 중심의 한국문학 진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55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는 살리라》와 《포대가 있는 풍경》이 각각 당선되었으며, 1960년 자유문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시집 《나비와 광장》(1955), 《현대의 신화》(1958) 등으로 대표되는 초기 시에서 보여진 시 정신의 넓은 지평과 색채감 있는 언어는 한국 문학사에 각인되어 있다.

1970년대 이후 시 세계의 변모를 보여준 시인은 역사정신과 사회의식을 토대로 인간적 현대시를 추구하는 작가로 활동하여, 예술의 현실 참여와 문명 진전에 대한 실제 기여를 강조하는 사회파 모더니스트로서의 위치를 점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시집으로《죽음 속의 영웅》(1977), 《깨끗한 희망》(1985), 《오늘밤 기러기떼는》(1989) 등이 있다.

<고 김규동시인 자료 page 2>

연속하여 시집 《하나의 세상》(1987), 《생명의 노래》(1991), 《길은 멀어도》(1991), 《느릅나무에게》(2005)와 산문집 《어머님전 상서》(1987), 《어머니 지금 몇시인가요》(1991), 《시인의 빈 손》(1994) 등이 저작되었다. 시인의 젊은 시절부터 이어져 온 평론활동도 《새로운 시론》(1959), 《지성과 고독의 문학》(1962) 《어두운 시대의 마지막 언어》(1979) 등의 이론서로 남아 있다.

유족은 부인 강춘영(83)씨와 3남(김윤-사무생산성센터 대표,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김준-ISO 국제심사원)이 있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1일 오전 8시. 장지 모란공원. (02)3410-6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