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시인은 진지하고 가슴 찡한 말투보다는 냉소적이면서 장난기 많은 말투로 시를 쓴다. 왜냐하면 그는 진지하거나 감성적인 말투는 왜곡된 언어마당의 세계를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언어는 전달의 매개체가 아니라 그 자체 사물성을 지니고 있어 놀이의 도구이다. 단어나 문장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매개체가 아니라 던지고 받는 놀이 도구이다. 언어가 사물성이라는 도구가 되어 대화의 주체나 객체 사이에 주고받는 기구이다.

서범석 시인은 왜 시적 언어나 미의식을 해체하려고 할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말의 타락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말의 의미는 언중(言衆) 속에서 떠돌다 보면 본래의 의미나 의도가 타락된다. 떠돌아다니는 말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틈이 생기고 마찰하여 왜곡되고 깎이고 덧붙여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여 껍데기만 남게 된다. 또한 말들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틈입된 군더더기 때문에 타락할 수밖에 없다.

-전기철(시인·문학평론가), 작품해설 중에서

서범석 시인

1948년 충청북도 충주 출생.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대진대학교 인문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1987년 『시와의식』(평론)과 1995년 『시와시학』(시)으로 등단.

시집으로 『풍경화 다섯』, 『휩풀』, 『종이 없는 벽지』, 『하느님의 카메라』, 『짐작되는 평촌역』 등이 있음.

비평집으로 『문학과 사회 비평』, 『한국현대문학의 지형도』, 『비평의 빈자리와 존재 현실』 등.

학술서로 『한국 농민시 연구』 외 다수가 있음.

국제어문학회 회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상임이사 역임.

김종삼시인기념사업회 회장 및 김종삼시문학연구회 회장 역임.

현재 대진대학교 명예교수, 『시와소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