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서 시인은 결핍과 불모의 기억을 수습하고 거기 숯처럼 견고하게 결정된 비극적 상상력을 발화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뭇 존재자들의 슬픔을 불가피한 존재 형식으로 노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의 모든 존재자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크나큰 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오랜 풍경과 기억을 섬세하게 결속해내면서, 중심으로부터 배재되고 지워져가는 존재자들을 실감있게 복원해낸다. 이는 그녀가 한결같이 약하고 소외된 존재자들을 깊이 옹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알려준다. 따라서 우리는 이현서 시편이 한편으로는 첨예하고 구체적인 기억의 리얼리즘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대상을 향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의 마음으로 간단없이 퍼져갈 것을 강렬하게 예감하게 된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회원마당 > 시집소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