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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깊고 푸른 섬 - 문현미
작성일자 2020-01-27
조회수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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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섬



문현미



한 순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거나

사랑이라는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뇌관을

수직으로 전율하게 하는 것이 있다

 

뜨거운 내면의 힘으로

꾸욱 눌러 쓰는 손의 근육으로

하얀 묵음의 바다에서 무채색 노를 저어

 

그 섬으로 간다

그 섬으로 간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아무도 찾지 못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가시투성이 슬픔과 애써 감춘 아픔과

배신의 등 뒤에서 머뭇거리던 분노와

분홍 나팔꽃의 추억을 녹이고 걸러

한 땀, 한 땀씩

 

애벌레가 품은 꿈의 날개가 연필심에 닿으면

가만, 가만히 먹빛으로 꿈틀거리다가

기어이 한 마리 흑룡으로 날아오른다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새 하늘이 보인다

 

깊고 푸른 그곳, 그 섬으로 간다



 

  예술적 성취를 깊고 푸른 섬에 비유하였다.사라지게 하거나” “가물거리는 뇌관을” “전율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뜨거운 내면의 힘묵음의 바다등의 표현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비롯한다. 시인의 내면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아무도 찾지 못하는/아무도 알 수 없는곳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시인은 슬픔이며 아픔”, “분노추억을 모두 녹이고 걸러 한 땀 한 땀씩자신의 생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갈망과 노력이 따르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신비롭고 자유로운 예술의 경지를 추구하는 시인의 열정이 전해온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