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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장미라고 불렀던 것은 - 전동균
작성일자 2019-11-28
조회수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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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장미라고 불렀던 것은

 

        전동균

 

 

내가 장미라고 불렀던 것은 하이에나의 울부짖음이었다

내가 나뭇잎이라고 불렀던 것은 외눈박이 천사의 발이었다

내가 비라고 불렀던 것은 가을 산을 달리는 멧돼지떼, 상처를 꿰매는 바늘

수심 이천 미터의 장님 물고기였다 내가 사랑이라고, 시라고 불렀던 것은

항아리에 담긴 바람, 혹은 지저귀는 뼈

내가 집이라고 불렀던 것은 텅 비었거나 취객들 붐비는 막차


   

나의 주인은 누구인가, 물으며

내가 나라고 불렀던 것은

뭉개진 진흙, 달과 화성과 수성이 일렬로 뜬 밤이었다 은하를 품은 먼지였다 잠자기 전에 빙빙 제자리를 도는 미친 개였다



                                         

▶ 일반적으로 우리가 명명하는 이름이나 사물의 근원적 기원을 찾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언어는 한계를 갖고 있고 사람의 뜻은 말로 다 담을 수 없다. 이러한 예는 도덕경에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이라는 구절과 통한다. 뜻은 말 밖에 있고 말은 상 밖에 있으니 말을 얻었으면 상을 잊고 뜻을 얻었으면 말을 잊어야 한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이름은 실재가 없는 실재고 사건이 없는 실존이다. 이름은 실재나 그것을 가로지르는 본성과는 무관한 관념이다. “장미하이에나의 울부짖음”, “나뭇잎외눈박이 천사의 발”, “산을 달리는 멧돼지 떼사이에 두 이미지가 겹쳐지고 감각의 전이가 일어나서 낯설게 한다. 이렇듯 화자는 계속해서 나의 주인은 누구인가본성에 대해 사유하는 태도가 여러 번 나타나 주목이 된다.  존재의 이유를 묻는 방식은 초월적 동경이나 현실적 비탄으로 터져 나오다가 오랜 사유의 시간을 거친 뒤에는 관조적 시선으로 나타난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