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을 곁들여 회원들의 시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회원마당 > 시의 맛과 멋

시의 맛과 멋

제목 속초 - 박성현
작성일자 2019-12-23
조회수 82
첨부파일

속초



박성현



자고나면 초승달이 떠 있었네 며칠이고 웅크렸다가 깨어나도 초승달은 공중에 박혀 먼 바다를 꿰매고 있었네 눈 감아도 하염없고 눈을 떠도 마음 둘 곳 없었네 해무로 뒤덮인 물렁물렁한 고립이었네 속초에서 하루를 보내고 또 몇 달을 기다렸네 하루에도 십 년이 흘러갔네 밥을 짓고 물 말아 먹었네 밥상 너머 당신이 걸려 있었네 심장을 꿰매는 소리가 서걱서걱했네 나를 부르는 단호한 소리였네 문을 여니 속초가 당신의 천리였네



마음 둘 곳 없는 화자에게 고독감이 밀려든다. “먼 바다를 꿰매는초승달 이미지는 오랜 기다림을 동반한다. “하루에도 십 년이 흘러가는 기다림의 시간은 초승달처럼 서늘하고 날카로운 느낌이다. 기다리는 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 이런 시간 경험은 세계와 존재에 대한 인식의 내적 질서를 긴밀하게 한다. 물리적 시간은 선조적 질서에 따라 계기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가역성을 갖지 못하지만, 시에서 시간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간극을 주관적으로 재정립한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