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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과 멋

제목 새 - 박완호
작성일자 2019-11-11
조회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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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박완호

 

 

그늘 아래 그림자를 떨구고 가는 새가 발음되지 않는다.

머릿속을 맴도는 사람의 이목구비가 흐릿해진다.

 

구름이 바뀌기 전의 얼굴을 복원하지 못하듯, 거울 속의 사람도 아까의 표정을 또 짓지 못한다. 돌이킬 수 없는 허공, 제 그림자를 부려놓고 간 새는 어디쯤 날고 있을까?

 

나뭇가지에 또 날아와 앉은 새가 제 무게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갑자기 새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목구비가 지워진 그늘, 새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화자는 일상으로부터 사랑을 하고 또한 사랑을 받고 싶어 하지만 손을 뻗어도 교류되지 않는다. 새처럼 떠나버리고 화자만 남은 결핍과 상실감이 쓸쓸하게 작동하고 있다. 유정의 세계가 정서의 물기가 있다면 이별을 한 무정의 시간은 황량하다. 따듯함과 차가움 사이에 시인은 서 있다. 마음은 유정한데 실상은 먼 무정을 직감할 때는 갈등을 수반한다. 한번 떠난 사랑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허공"이라는 것을 깨닫는 점철의 과정이라 하겠다. "제 그림자를 부려놓고 간 새는 어디쯤 날고 있을까" 하며 머릿속을 맴도는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새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상처는 깊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