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에서 지난 2016년 7월 30일에 개최한 전국 고교백일장의 대상 수상작인 [흰 소와 나 사이]가 자기표절에 해당하는 작품임이 밝혀졌습니다. 해당 작품은 현대시문학에서 2016년에 공모한 청소년문학상에 금상을 수상한 작품 [흰 소]와 동일한 모티프, 동일한 구조, 동일한 구절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서, 2016년 7월 15일에 출간된 {제14회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회 전에도 누차 강조했었던 바지만, 발표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끼거나, 이미 투고된 자신의 작품을 응모하거나 하는 방식은 공모전이나 백일장과 같은 대회에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이미 응모하여 수상한 작품을 손보아 내놓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시인협회에서는 면밀히 검토한 끝에 해당작품의 수상을 전격 취소하고, 상금과 상장 일체를 회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심심한 사과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시인협회의 이름을 걸고 주최한 백일장의 대상 수상작이기에 더욱 놀랍고 유감스러운 결과입니다.

심사를 해주신 심사위원선생님, 또한 관계하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서 부심했던 참가 학생들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골방으로 내몰려도 기꺼이 진실에 생을 걸었던 용기와 작가정신을 기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것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기에, 결과만 좋으면 뭐 어떠랴는 철없는 생각으로부터 자신을 깨워서 귀한 재능을 꽃 피울 기회를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도록 미래의 재능들이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주기를 청합니다. 한국시인협회에서도 이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흰 소와 나 사이

(제 16회 한국시인협회 고교백일장 대상 취소작- 시제가 ‘사이’였습니다)

 

조찬연

 

 

적막이 낮게 깔린 덕수궁 미술관,

할로겐 조명에 눈이 시려온다.

한적한 오후의 미술관,

소 울음소리가

관내의 적막을 깨운다.

구석자리 네모난 액자 속,

사각의 우리 안에 갇힌

흰 소 한 마리

잿빛 어둠을 등진 채

앞발을 치켜들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발굽과

불그스름한 뿔,

고삐 풀린 코에서는

서늘한 콧김이 흘러나온다.

소는 그저 앞으로만 나아간다.

저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잿빛 어둠을 헤쳐나가기 위해,

사각의 굴레를 벗어 던지기 위해.

치켜든 앞발을 힘차게 내딛는다.

나의 시선이 주름진 소의 미간에 꽂힌다

‘어둠을 머금고 있는 두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팜플렛에도 적혀 있지 않은 경고문구가

귓가에서 되새김질 된다.

어느덧 폐장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서로를 마주한 흰 소와 나,

미술관 구석, 이중섭의 흰 소는

보이지 않는 콧김을 내뿜으며,

들리지 않는 울음을 억누르며,

사각의 액자 속에 박제되어 있다.

서늘한 냉기만이 맴도는 미술관,

흰 소와 나 사이,

소의 검은 두 눈에

내가 담긴다.

 

흰 소 (제 14회 현대시문학 청소년 문학상 금상 당선작)

 

조찬연

 

 

적막이 낮게 깔린 덕수궁 미술관

할로겐 조명에 눈이 시려온다

 

한적한 오후의 미술관

구석자리 네모난 액자 속,

사각의 우리 안에

소 한 마리 갇혀 있다

육식의 기억을 잃어버린 듯

딱 달라붙은 등짝에

옹골진 갈비뼈

뼈마른 몸의 소는

하얀 꼬리를 휘두르며

잿빛 어둠 속으로 나아간다

 

소의 꽉 깨문 입술 사이로

붉은 울음이 흘러나와

관내의 적막을 깨운다

두툼한 붓터치로 그려낸

굵은 어깨가 들썩이고

높이 치켜든 앞발은

허공에서 방향을 잃어

어찌할 줄 모른다

그러기에 소는

어디로 달려 나갈지 모른다

어디로든 달려 나갈지, 모른다

 

소가 몸을 앞으로 들이민다

고삐 옶는 코에서 콧김이

서늘하게 흘러나온다

등 뒤의 갈기털들이

불꽃처럼 휘날린다

어둠을 머금고 있는 두 눈알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팜플렛에도 적혀 있지 않은 문구가

귓가에서 맴돈다

 

나의 초점이 주름진 미간에 꽂힌다

하얀 소는 그저

앞으로만 몸을 들이민다

저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젯빛 어둠을 헤쳐 나가기 위해

거친 앞발을 힘차게 내딛는다

 

폐관시간이 다가오고

조명 빛이 점점 희미해져간다

시린 눈으로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했던 시간

어느새 흰 소의 검은 두 눈에는 내가 담겨 있다